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 :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볼 수 있다고?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중장년기는 경제적·직업적으로 비교적 안정되는 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는 등 개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큽니다. 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는 이러한 중장년기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간 복지관 공청회 등의 경로를 통해 '중장년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주민 분들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으로 올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중심으로 문자로 표현한 극 문학이자,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요?
낯설지만 표현과 움직임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희곡읽기'라는 다소 낯설고 새로운 활동에 앞서 공간을 탐색하며 가볍게 눈&주먹 인사 나누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물&동물로 소개하기, 목소리 탐색하기 등의 여는 활동을 진행해 봤습니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수반되는 연극과 달리 대부분 목소리를 통해서 섬세한 감정과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낭독극이기에 몸의 긴장을 잘 푸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아요.

벽돌, 무지개, 루비, 유채꽃, 뽀로로, 제주도 등이 된 나, 그런 선택을 한 나와 만나 보기도 하고, 목소리를 작게 하거나 크게 하거나 점점 크게 하거나 점점 작게 하는 방법으로 내 목소리를 탐색해 보기도 하고요. 기쁨, 행복, 즐거움, 짜증남, 우울함, 불안함, 괴로움 등의 감정을 나열해보고, 몸으로 표현해 어떤 감정인지 서로 맞춰보는 시간도 가져봤어요. 상대방의 동작에 낯선 소리를 얹어 보거나, 주거니 받거니 대사를 주고 받듯 보이지 않는 '빈 공'을 서로 주고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긴장된 몸과 목소리는 조금은 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극 중 인물의 다양한 역할과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병자삼인'에 나오는 이옥자라는 사람은 냉랭하고 땍땍 거리는 편인데, 꼭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 아이한테 짜증낼 때의 말투더라고요."
"끝에 남편을 잡아간다고 하니까 잡아가지 말라고 하는 아내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해요."
"'굿닥터'에 1막 2장 중에 '바퀴벌레 사촌에다 벼룩의 사위같은 놈, 구데기 조카 같은놈' 굉장히 참신한 욕 같았어요. 이 욕을 외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말을 해본 적 없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욕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닐 사이먼의 <굿닥터>와 조중환의 <병자삼인> 낭독 후 참여자분들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대가 다르거나 전혀 다른 배경의 인물이라도, 대사를 따라 읽어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역할과 감정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참여자들마다 역할을 정해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내 역할로 정해지면 조금 더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리라 짐작돼요. 그건 어쩌면 나를, 가족을, 이웃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할테지요.

그런가하면 함께 낭독극을 관람해 보기도 했어요. 6/27-28 양일간 서울생활문화센터서교 서교스퀘어에서 열린 입체 낭독극 <콘센트-동의>는 영국의 극작가 니나 레인의 대표작으로, 진실과 정의, 욕망, 폭력, 그리고 진정한 동의(consent)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법정 드라마입니다. 공연 주최인 소셜드라마클럽은 협동조합 삶의예술에서 운영하는 시민 희곡 읽기 및 낭독극 공연 프로그램으로, 2022년 시작되어 20편 이상의 희곡을 읽으며 매해 한 편씩의 낭독극을 무대에 올려왔다고 해요. 전문 연극 배우가 아닌 희곡읽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시간을 쌓으며 만든 무대이기에, 지역 기반 주민 참여 희곡읽기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평소에는 욕이나 별다른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배우가 역할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는지, 희곡읽기와 낭독극 공연을 통해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되었는지 등을 나눈 시간이 '희곡읽기'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동기를 엿볼 수 있었어요. 또, 공연이 19금이고, 욕설이나 성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 등이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배우들이 희곡을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표현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것 또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배우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는 3주 간격으로 올해 열 번에서 열 두 번 정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낭독극이나 연극 관람도 하고, 실제 연극 연출&배우를 강사로 모셔 좀 더 깊이 희곡을 탐색하고, 읽어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아마도 YES이지만, 이것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아마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을 쌓아가야 할 것 같아요. 많관부~
* 이 사업은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시고립예방센터 외로움없는서울 서울연결처방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문의: 통합복지1팀 02-372-5889]
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 :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볼 수 있다고?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중장년기는 경제적·직업적으로 비교적 안정되는 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는 등 개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큽니다. 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는 이러한 중장년기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간 복지관 공청회 등의 경로를 통해 '중장년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주민 분들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으로 올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중심으로 문자로 표현한 극 문학이자,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요?
낯설지만 표현과 움직임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희곡읽기'라는 다소 낯설고 새로운 활동에 앞서 공간을 탐색하며 가볍게 눈&주먹 인사 나누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물&동물로 소개하기, 목소리 탐색하기 등의 여는 활동을 진행해 봤습니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수반되는 연극과 달리 대부분 목소리를 통해서 섬세한 감정과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낭독극이기에 몸의 긴장을 잘 푸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아요.
벽돌, 무지개, 루비, 유채꽃, 뽀로로, 제주도 등이 된 나, 그런 선택을 한 나와 만나 보기도 하고, 목소리를 작게 하거나 크게 하거나 점점 크게 하거나 점점 작게 하는 방법으로 내 목소리를 탐색해 보기도 하고요. 기쁨, 행복, 즐거움, 짜증남, 우울함, 불안함, 괴로움 등의 감정을 나열해보고, 몸으로 표현해 어떤 감정인지 서로 맞춰보는 시간도 가져봤어요. 상대방의 동작에 낯선 소리를 얹어 보거나, 주거니 받거니 대사를 주고 받듯 보이지 않는 '빈 공'을 서로 주고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긴장된 몸과 목소리는 조금은 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극 중 인물의 다양한 역할과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병자삼인'에 나오는 이옥자라는 사람은 냉랭하고 땍땍 거리는 편인데, 꼭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 아이한테 짜증낼 때의 말투더라고요."
"끝에 남편을 잡아간다고 하니까 잡아가지 말라고 하는 아내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해요."
"'굿닥터'에 1막 2장 중에 '바퀴벌레 사촌에다 벼룩의 사위같은 놈, 구데기 조카 같은놈' 굉장히 참신한 욕 같았어요. 이 욕을 외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말을 해본 적 없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욕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닐 사이먼의 <굿닥터>와 조중환의 <병자삼인> 낭독 후 참여자분들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대가 다르거나 전혀 다른 배경의 인물이라도, 대사를 따라 읽어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역할과 감정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참여자들마다 역할을 정해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내 역할로 정해지면 조금 더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리라 짐작돼요. 그건 어쩌면 나를, 가족을, 이웃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할테지요.
그런가하면 함께 낭독극을 관람해 보기도 했어요. 6/27-28 양일간 서울생활문화센터서교 서교스퀘어에서 열린 입체 낭독극 <콘센트-동의>는 영국의 극작가 니나 레인의 대표작으로, 진실과 정의, 욕망, 폭력, 그리고 진정한 동의(consent)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법정 드라마입니다. 공연 주최인 소셜드라마클럽은 협동조합 삶의예술에서 운영하는 시민 희곡 읽기 및 낭독극 공연 프로그램으로, 2022년 시작되어 20편 이상의 희곡을 읽으며 매해 한 편씩의 낭독극을 무대에 올려왔다고 해요. 전문 연극 배우가 아닌 희곡읽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시간을 쌓으며 만든 무대이기에, 지역 기반 주민 참여 희곡읽기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평소에는 욕이나 별다른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배우가 역할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는지, 희곡읽기와 낭독극 공연을 통해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되었는지 등을 나눈 시간이 '희곡읽기'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동기를 엿볼 수 있었어요. 또, 공연이 19금이고, 욕설이나 성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 등이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배우들이 희곡을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표현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것 또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배우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장년 프로그램 <희곡읽기>는 3주 간격으로 올해 열 번에서 열 두 번 정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낭독극이나 연극 관람도 하고, 실제 연극 연출&배우를 강사로 모셔 좀 더 깊이 희곡을 탐색하고, 읽어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희곡 읽기로 나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아마도 YES이지만, 이것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아마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을 쌓아가야 할 것 같아요. 많관부~
* 이 사업은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시고립예방센터 외로움없는서울 서울연결처방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문의: 통합복지1팀 02-372-5889]